이철승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장님, 국회의장님, 장관님,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옥스팜을 대신하여 이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영국 옥스팜'의 회장으로 일한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은 저로서는 특별히 겸허한 마음으로 이 상을 받겠습니다. 이 상은 오랫동안 땀흘려온 많은 옥스팜 구성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업적을 기리는 상이고 그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자원봉사자들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알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영국에는 23,0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옥스팜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옥스팜이 운영하는 자선 중고품 가게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우리 단체에 커다란 기여를 하는 분들입니다. 우리 단체에 공헌하는 또 다른 분들은 기부자들입니다. 영국에서만 60만 명이 매달 정기적으로 옥스팜에 기부금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보통 사람들의 지원에 특히 감사 드리고자 합니다. 이분들이 보내주시는 기부금이 있기에 우리 옥스팜은 자유롭게 운영을 하고, 비상시에 신속히 움직일 수 있으며, 각국 정부나 국제기구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옥스팜의 힘은 이러한 광범위한 기부자들에서 나옵니다.
오늘 주어지는 이 상이 '평화상'이기에 우리의 기쁨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옥스팜은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활동합니다. 우리의 인도주의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분쟁 속에서 또는 분쟁의 결과로 생겨납니다. 우리가 활동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한 세대 동안이나 평화를 모르고 지내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슴아픈 일은, 이런 지역의 많은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기회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가슴속에 증오를 품으면서 자라나고 있습니다.
최근에 저가 방문한 지역에 대하여 잠깐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곳에는 분쟁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작업들이 훨씬 더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평화상 수상자 발표가 있던 지난 9월 4일, 저는 아프리카 말리의 수도에서 1천 마일 떨어진 북부 지역을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그 지역을 종횡으로 이동하는 여러 유목민 부족들, 특히 '투아레그' 부족들을 위한 옥스팜의 활동이 펼쳐지고 있는 곳입니다. 1990년대 초반, 이곳에서는 폭동이 발생하였습니다. 정부는 이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탄압을 가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난민들이 발생하였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제 사태는 원만히 해결되었고 사람들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번 방문기간 중 저는 저가 만나본 사람들의 이야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나라가 내란 직전까지 갔을 때, 그런 상황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들은 평화를 이룩하려면 서로 다른 부족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지역은 유목민들이 메마른 사막에서 동물들을 몰고 다니면서 키워야 했기에 목초지, 물웅덩이, 샘 등의 이용을 둘러싸고 부족간에 분쟁이 끊이지 않던 곳이었습니다.
각 부족의 부족장들은 우선 서로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누가 무엇을 이용하고 누가 어떤 권리를 가질 것인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었습니다. 저가 무엇보다도 크게 감명 받은 점은, 이 사람들은 아무런 자원도 없고, 교육도 거의 받지 못하고, 의료 혜택도 전혀 받지 못하는 가난한, 매우 가난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합의에 도달하였다는 점입니다. 즉,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고향으로 돌아오는 난민들이 다시 생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그들이 기를 양과 소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일치를 본 것입니다. 이 지역 사람들은 구호 기관 관계자들에게 가장 형편이 어려운 가족들을 알려 주면서 그들이 다시 목축으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양과 소를 지원해주도록 하였습니다. 서로 싸우던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 목초지와 물웅덩이를 서로 나누어 이용하고, 구호 기관으로 하여금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먼저 지원해주도록 아량을 베푸는 것을 볼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보여준 아량은 진정 놀랄만한 교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 부유한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꼭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교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이 세계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것은 곧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나누어준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많은 것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그 아프리카 사람들은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앉아 모자라는 것을 어떻게 나누어 쓸 것인가를 의논하는 길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자국의 탐욕과 이기심에만 이끌리지 말고, 자국의 장기적인 안보를 기하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전 세계의 이익을 보살펴야 한다는 뜻을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렇게 손쉽게 평화가 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 불행히도 그러한 상황은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만 - 이런 상황에서는 폭력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합니다. 옥스팜은 전시에도 지켜질 수 있는 국제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굳게 믿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우리는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고통받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 전쟁과 정면에서 맞서는 사람은 군인만이 아닙니다. 일반 민간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민간인들은 투하되는 폭탄과 매설된 지뢰에 목숨을 잃기도 하고 부상을 당하기도 합니다. 또한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파괴되어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모든 것을 잃어버립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쟁의 와중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 후 성립된 제네바 조약들의 원칙들은 준수되어야 합니다. 옥스팜을 대표하여, 저는 각국 정부들이 국제 인도주의 법률을 강력히 지지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그리하여, 민간인들이 공격 목표가 되어서는 안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민간인들이 일상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과 식수와 식량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옥스팜은 서방 정부들이 인도주의 법률과 난민 조약의 위반을 조장하고, 이러한 법률을 위반하는 국가들과 무력 단체들을 보고도 못 본체 하는 현실에 엄청난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옥스팜은 평화와 분쟁이라는 문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우리는 우리 모두에게 모범을 보여 주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놀랄만한 업적들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통 사람들은 또 다른 면에서 훌륭한 본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찢어지는 가난 속에서도 주어진 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능력과 지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을 볼 때, '가난한 사람들은 뭔가 잘못했기 때문에 가난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도움을 받을 자격이 없다'라는 생각은 결코 가질 수가 없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통하여 옥스팜이 깨달은 사실은, 이 사람들이 겪고 있는 가난이 대부분 이미 부유한 사람들 위주로 운영되는 세계의 규칙들에 의해 빚어졌다는 점입니다. 특히, 가난한 나라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원조가 아니라, 공정한 무역 규칙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국제 옥스팜 가족들과 함께 일하는 영국 옥스팜은 불공정한 규칙들의 시정을 목표로 "Make Trade Fair"라는 공정 무역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중적 잣대가 너무도 많습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농부들에게 엄청난 보조금이 지급됩니다. 그런데도 그런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부들은 가난한 나라들에 대하여는 "당신네들은 시장을 개방을 해야 한다, 그리고 보조금을 없애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들 잘사는 국가의 사람들은 정부 보조금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농산물을 생산하여 가난한 사람들의 시장으로 쏟아 넣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은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로 들어가는 설탕은 모잠비크 설탕 농부들의 희망을 꺾어 버립니다. 우리는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마십니다. 하지만 농부들이 커피를 생산하여 받는 대가는 생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지금 시행중인 무역 규칙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고 노력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가난하다고 비난해서는 안됩니다. 잘못된 세계 무역 규정들을 바로잡아서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들이 지닌 막대한 개인적 역량을 발휘해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옥스팜이 지금까지 해 온 일을 서울평화상이 인정해 주었다는 것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울평화상은 옥스팜이 추구해온 일들이 이 세계에 진실로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는 것, 우리는 모두 음식과 물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 우리 스스로 생계를 꾸려가면서 우리 삶의 운영 방식에 우리의 의견을 발표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 상의 수상은 우리가 성취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대한 큰 격려가 될 것입니다. 옥스팜의 모든 구성원들과 지원자들은 이곳에도 그들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됨으로써, 그들의 모든 노력과 활동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가슴에 되새기게 될 것입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