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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서울평화상 > 역대수상자 > 15회 수상자

오늘 서울에서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음은 제게 큰 영광이며, 이처럼 명망 있는 서울평화상을 마음에 그리던 올림픽 개최 도시에서 수상하는 것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영광입니다.

올림픽 운동을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써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의 내린 평가와 상을 감사와 겸허함 가득한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이것은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올림픽 위원회와 올림픽 운동 관계자 모두의 노고를 기리는 상입니다. 스포츠를 통한 평화는 물론, 우리가 이루어낸 수많은 업적은 이분들의 노고와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잊을 수 없는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하여 탄생한 서울평화상의 올림픽 유대는 오늘 시상식에서 보다 큰 의미와 가치를 새기고 있다 생각됩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와의 인연은 88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경기운영위원회에서 운동선수들을 대표하고 있었으며, 서울과 한국 국민들과의 유대는 그때부터 시작해 오늘까지 소중히 이어오고 있습니다. 오늘의 명예와 상은 2018년에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선정된 이후 제게 일어난 또 하나의 특별한 유대의 장을 열어주고 있어 더 없는 기쁨으로 마음을 채우고 있습니다.

서울평화상을 수여 받은 역대의 수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겸허해집니다. 훌륭한 인품으로 평가되었던 제 전임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위원장님, 세계 각지의 운동선수들을 돕기 위해 저희와 긴밀히 협력하시는 무하마드 유누스 교수님, 그리고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윤리위원장으로 계신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님 모두 서울평화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저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분단의 역사를 가진 독일에서 태어났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평화를 갈망하는 마음은 저와 대한민국, 그리고 여러분을 이어주고 있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자 유대입니다.

세계 평화의 추구는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사명이며 올림픽의 원동력입니다.

이미 3천년 전에도 고대 올림픽 경기는 평시(平時)에 진행되었으며, 경기를 위해 국가들은 휴전에 동의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ekecheiria라 불리던 올림픽 휴전입니다. 올림픽 휴전은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협정으로 각국의 운동선수들과 관중이 경기 참여와 관람을 위해 올림피아로 향하고 또 경기 이후 자국으로 무사히 귀환하는 것을 보장하였습니다. 이렇듯 이미 고대 시대 때부터 올림픽 경기는 평화라는 이념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올림픽 경기를 부활시키고 IOC를 설립한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은 올림픽을 민족과 국가 간의 평화를 촉진할 수 있는 길이라 믿었습니다. 언제나 시대에 앞서 미래를 보던 그는 "올림픽 경기의 번창은 세계 평화를 보장하는 강력한 인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올림픽 운동의 본래 취지는 스포츠를 통한 평화의 구축입니다. 1894년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거행된 쿠베르탱의 IOC 설립은 당시 국제평화운동 중진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이루어졌고, 설립 순간을 함께하며 쿠베르탱의 비전에 동참한 인사 중 6인은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13인의 명단 안에 들었습니다. 이처럼 올림픽 운동은 처음부터 스포츠와 평화를 하나로 엮는 운동으로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대립과 취약함이 만연한 오늘의 세상에서 우리는 스포츠를 통해 평화를 구축하는 사명의 의의와 필요성을 어느 때보다 여실히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상은 그 자체의 정의가 이룰 수 없는 무언가를 의미합니다. 다른 평화 운동과 마찬가지로 근대 올림픽 운동이 이룬 업적은 그 이상에 못 미치는 것들이었으며, 우리는 스포츠를 통해 평화를 이루는 사명을 다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스포츠 선수로서 실패는 저를 더 분발하도록 만들 뿐입니다. 모든 운동선수가 공감하듯이 처음에 못하면 다시 도전해야 합니다.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것이죠. 우리는 오직 꾸준한 시도와 도전을 통해서 진전할 수 있으며, 끊임없는 도전 끝에 한계를 넘어 불가능을 이룹니다. 이러한 도전 정신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제 삶의 원동력입니다.

한편, 이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을 결심함에 있어 우리는 스포츠의 현실적인 한계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모두 알다시피 세계평화는 스포츠 하나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습니다. 전쟁을 택하거나 평화를 택하는 것은 결국 정치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한계 안에서 스포츠가 할 수 있고 또 할 수 없는 일 사이를 운행하다 보면 새롭고 특유한 활로가 열립니다. 스포츠의 힘으로 이롭게 할 수 있는 취약 지역을 발견하고, 이들 지역의 발전을 돕는 것이 바로 그 길인 것이죠. 이에 우리는 예부터 이어온 사명을 현 시대에 맞게 적용하여 올림픽 경기에서 끝나는 단발적 활동이 아닌 경기를 넘어 그 후까지 내다보는 전체론적인 접근을 이용해 보나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먼저 분쟁이 일어나는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분쟁은 다양한 이유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공격, 차별, 편견, 불평등, 사회 격차, 유한한 자원의 쟁탈을 위한 경쟁 등은 이러한 원인의 몇 가지일 뿐입니다.

올림픽은 모든 사회정치적 문제와 과제를 해결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올림픽은 서로를 존중하며 같은 규칙 아래에서 공정히 경쟁하는 올바른 세상의 모범이 될 순 있습니다. 올림픽은 인류로 하여금 우애와 연대를 통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풀어갈 것을 권하며, 민족간의 화합을 위한 교두보로써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를 이해해 나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평화를 구축하는 스포츠의 힘은 분쟁의 원인을 총체적으로 대면할 때 발휘됩니다. 우리 사회의 일부로서 스포츠가 취하는 전체론적 접근방식은 「올림픽 아젠다 2020 (Olympic Agenda 2020)」의 근간으로 제가 IOC위원장으로 취임한 직후 2014년 내부 개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올림픽 아젠다2020」는 사회 내에서 기능하는 스포츠의 역할을 강화하여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서 우리의 사명을 이어나가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위기와 분쟁과 차별이 만연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기심과 민족주의에 이끌려 행동하는 여러 사회들이 나타나고 있고, 이해타산으로 만사를 결정하는 편협한 시대정신이 서로 간의 연대나 공통된 가치와 규칙을 준수하는 정신 위에 군림하는 것을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와 정신은 결국 더 많은 분쟁과 정치 논쟁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올림픽 아젠다 2020」은 올림픽 운동의 목표를 새로이 다지며 현대의 도전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우리 나름의 해답입니다. 우리가 짊어진 사명은 분열과 민족주의와 차별에 맞설 것을 요구합니다. 세계가 여러 가지 문제로 앓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이상을 되새기며 나아갈 때입니다. 「올림픽 아젠다 2020」은 스포츠가 우리 사회의 선으로 향하는 길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올림픽 아젠다 2020」은 스포츠 내부의 그리고 스포츠를 통한 보편성, 연대, 포용, 지속가능성 및 신뢰를 증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올림픽의 힘은 전세계가 하나되어 평화롭게 경쟁하는 그 보편성에 기인합니다. 우리를 하나로 묶는 올림픽 경기의 정신과 취지가 그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치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관계가 이해관계나 편견이 아닌 견고한 원칙에 기반해야 합니다. 우리 IOC와 같이 윤리 가치에 기반한 조직이 고도로 상업화 되고 정치적 이해관계로 묶인 세계 속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치적인 중립을 유지해야 합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확고한 원칙이 있어야만 세계에 존재하는 정치적 차이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올림픽의 경기의 관리와 운영은 IOC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올림픽 참가 초대장은 개최국 정부가 아닌 IOC가 각국 관할 국가올림픽위원회에 올림픽 주최 초대장을 보냅니다. 각국 국가올림픽윈원회는 참가 여부를 결정한 이후 해당 국가 정부에 선수단과 함께 올림픽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이와 동시에 IOC는 사명의 실천을 위해 어느 한 측으로 치우치지 않고 정치 분야와 꾸준히 대화를 하며 올림픽의 역할에 대한 존중과 정치적 중립을 관철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개입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림픽은 평화로운 스포츠 경쟁을 통해 세계를 하나로 이어주는 유일한 이벤트입니다. 올림픽 난민 선수단과 206개에 달하는 국가올림픽위원회들을 대표하는 최고의 운동선수들이 모여 인류의 다양성을 보여주며 인류의 단일화를 기념하는 행사입니다. 올림픽 선수들은 우수함과 우애, 존중과 연대를 보여주며 경기에 임합니다. 경기에서는 스포츠 경쟁자로 만나지만 올림픽 선수촌에서는 같은 지붕과 같은 규칙 하에 사회적 배경, 성별, 종교, 정치 성향에 상관없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생활하기 때문이죠. 올림픽에서는 그 누구도 차별 받지 않고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는 동등한 인간으로써 공존합니다.

이런 방법으로 올림픽은 인류가 서로 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함께 평화롭고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음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2018평창 동계올림픽은 이러한 이념의 모범이 되는 대회였습니다. 우리 모두 개회식 때 한국과 북한이 단일 팀으로서 하나의 깃발 아래에 함께 입장하는 그 놀라운 순간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반도에서 세계를 향해 나간 강력한 평화의 메시지였습니다.

그 기적의 순간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이는 2014년부터 시작된 길고 긴 정부 간 고위급 회담과 IOC의 적극적인 개입과 노력의 산물로써 개회식 4시간 전까지 이어졌던 협상의 결과였습니다.

평창에서 목격한 의미깊은 상징과 제스처는 올림픽이 대화의 창을 열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올림픽이 보다 평화로운 미래로 향하는 길을 만들어 줄 수 있음을 시사하였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은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2014년 북한과 그 선수단의 참가를 위한 대화를 시작할 때는 많은 정치적 난관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한국 정부도 당시에는 북한 선수단의 참가에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는 변화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5월 대통령 취임식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게 되었는데, 이때 우리는 북한 선수단의 올림픽 참가를 유도하는 것이 IOC의 최우선 과제라는 점에 동의하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IOC가 추진하려는 이 계획을 정치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했죠. 이것은 스포츠의 정치적 중립이 스포츠와 정치 간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그러나 2017년 하반기에 한반도의 정치적 긴장이 크게 고조되고 양측 사이에 공격적인 선전문구가 오고 가면서 양측 선수단이 올림픽에서 한 팀으로써 같은 깃발 아래에 참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습니다.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과 핵 실험이 이어졌고, 올림픽 개최를 몇 달 앞둔 시점에 이르러서는 개최 가능성 여부 자체가 도마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최악으로 치닫는 정치적 긴장 속에서도 IOC는 항상 대화의 문을 열어 두었고 북한 선수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아까지 않았습니다.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으면서도 양측과의 대화를 꾸준히 이어나가며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길을 모색하였습니다.

우리가 이처럼 행동한 배경에는 올림픽의 보편성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국가올림픽위원회는 국가 배경에 상관없이 차별 받지 않고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올림픽 보편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에 의거한 것이었죠. 우리는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엄격한 정치적 중립을 고수하였습니다.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 인사를 통해 북한 선수단의 참가 의사를 전해왔을 때 저는 곧바로 동년 1월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우리 IOC와 양측 정부 대표, 양측 국가올림픽위원회, 그리고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가 참석하는 회담을 제안하였습니다.

회담 결과 모든 당사자가 서명한 「올림픽 한반도 선언」이 도출되었고, 선언에는 양국 선수단이 한 팀으로 출전하는 것을 가능케하는 IOC의 이례적인 결정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모든 합의가 무사히 일단락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개회식을 이틀 앞두고 정치적 차이로 인한 양측 간의 민감한 논쟁이 벌어졌었고, 개회식 전날 저녁에는 북한 측에서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개회식 당일 아침에 급히 회담을 가져야했고, 개회식 시작 4시간 전에 「올림픽 한반도 선언」 내의 조건 수정과 관련된 합의를 간신히 이끌어냈습니다.

길고 힘겨운 협상 끝에 한국과 북한의 국가올림픽위원회를 대표하는 선수단이 단일 팀으로서 Korea라는 이름으로 한반도기를 들고 올림픽 경기장에 함께 입장하는 장면은 한반도로부터 전세계로 나가는 강력한 평화의 메시지가 되었습니다. 남북 선수단이 단일팀으로 출전한 여자 아이스하키 팀은 그 등장과 함께 경기장 내 관객들의 열렬한 응원과 환호를 받았고 이는 스포츠를 통해 하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과 북한의 국가올림픽위원회 선수단은 한반도에서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단일팀으로 출전하였고 세계는 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강력한 상징성을 가진 이러한 과정을 보며 우리는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어떻게 대화의 물꼬를 트고, 올림픽 가치를 통해 보다 평화로운 미래를 향한 길을 열어나갈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노력의 결실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보며 기쁨과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스포츠만으로는 평화를 이룰 수 없고, 양국 간의 정치적 갈등도 하룻밤만 해결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창에서 보았듯 올림픽은 보다 평화로운 미래를 향한 조건을 마련해줄 수 있습니다.

새로운 문을 열 수 있는 올림픽의 힘은 물론 정치인들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바로 며칠 전, 미국 행정부는 내년에 개최될 2020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 평화를 위한 대화를 재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평화를 향한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사례는 이 밖에도 여럿이 있습니다. IOC는 수 해에 걸쳐 정부 간의 중재 역할을 맡아왔고, 스포츠를 통해 평화와 화해를 향한 다리를 놓았습니다. 우리는 인도, 파키스탄, 세르비아, 코소보, 스페인, 튀니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이란, 우크라이나, 러시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등 많은 나라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중재자 역할을 해왔고, 스포츠를 통한 평화는 엄격한 정치적 중립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믿음 하에 국가 간의 협상을 이끌었습니다.

올림픽이 오늘날 서로 적대하거나 적의를 가지고 경쟁하는 국가들을 하나로 이어줄 수 있다면 스포츠를 통해 평화를 증진하다는 우리의 이상은 설득력과 힘을 가진 신념이 될 수 있습니다.

분열되어 가는 민감한 세상 속에서 우리의 사명은 더 없이 밝고 뚜렷해집니다.

정치적 중립만으로는 평화의 이름으로 세계를 결속시킬 수 없고, 스포츠를 통해 세상을 연합하는 올림픽은 모든 이들의 참가 없이는 실현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보편성은 연대와 포용의 의미를 포괄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하며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올림픽 아젠다 2020」의 취지에 따라 우리는 연대와 포용과 다양성을 장려하며 평화 달성의 조건을 만족해 나가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세계 선수들을 위해 만든 올림픽 결속(Olympic Solidarity)을 통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IOC는 수익의 90%를 세계 운동선수의 복지와 스포츠 발전, 그리고 패럴림픽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결속 모델을 토대로 지난 올림피아드 중 50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이 세계 각지의 운동선수와 스포츠 조직을 지원하는데 사용됐습니다. 신뢰와 의리로 우리를 지원하는 상업 파트너들의 지원으로 올림픽 운동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상업 구조를 갖출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한 수익은 현 올림피아드 중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당 재정 지원은 몇 개의 특정 국가나 스포츠를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206개의 국가올림픽위원회에 속한 선수들과 올림픽 난민 선수단, 그리고 인기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올림픽 스포츠를 지원하는데 사용되며 보편성과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IOC를 통해 창설한 올림픽 난민 선수단을 2016 리우 올림픽에 참가시킴으로써 결속과 연대의 의미를 실천해 나가고 있습니다.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창설된 올림픽 난민 선수단은 206개의 국가올림픽위원회를 대표하는 선수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였고, 이들의 경기 참가는 전세계 난민들에게 희망과 포용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지켜보는 가운데 올림픽 난민 선수단은 경기를 통해 모두가 동등한 인간이며 인류의 구성원임을 나타내었습니다. 이들의 참가는 세계가 난민들을 이웃으로 인식하는 데에 기여하였으며, 올림픽에서처럼 사회에서도 제 몫을 다할 수 있는 구성원이자 인적자원임을 입증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난민 선수단의 창설이 필요했던 세계 정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IOC는 내년으로 연기된 2020 도쿄 올림픽에도 올림픽 난민 선수단을 구성해 참가시킬 것이며, 이들의 참가를 통해 세계가 겪고 있는 난민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자 합니다.

이 외에도 우리는 2017년에 올림픽 난민 재단 설립해 기초 생활부터 올림픽 난민 선수단 생활에 이르는 모든 난민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난민 재단은 스포츠와 안전한 스포츠 시설의 건설을 통해 살던 곳을 버리며 이주해야만 했던 취약 계층 난민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난민 재단은 고향에서 강제 이주된 20만명에 달하는 청소년과 이들을 수용한 공동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스포츠를 통해 평화를 위한 반석을 마련하는 또 하나의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와의 장기 협력 파트너쉽을 통해 표용성의 확대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본 협력 관계는 패럴림픽 대회의 개최를 보장하며 IPC가 장애인 스포츠를 주관하는 주체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재정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IOC의 가치와 설립 취지를 상당 부분 공유하는 IPC와의 파트너쉽 속에서 우리는 패럴림픽과 IPC의 존재가 보다 부각되고 가시화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운동과 패럴림픽 운동 간의 협력은 「올림픽 아젠다 2020」에도 명시된 핵심 사업 중 하나였습니다.

「올림픽 아젠다 2020」을 이정표 삼아 경기장 안팎에서 성 평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내년으로 연기된 2020 도쿄 올림픽에 선수로 참가하는 여성이 전체 선수단의 약 49%에 달해 성비 균형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보다 많은 혼성 종목의 도입과 운동선수 할당제를 도입했으며, 올림픽 경기 일정의 조율을 통해 남성 종목 경기와 여성 종목 경기의 관람율을 균등하게 맞춰갈 생각입니다. 나아가 올림픽 규정을 개정해 개막식 때 국가올림픽위원회를 대표하는 선수로 남성과 여성 선수 한 명씩 선발해 각각 국기를 질 수 있게 하였으며, 또한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206개 국가올림픽위원회들의 참가 선수단에 남성과 여성 선수를 최소 한 명씩은 포함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는 성 평등을 경기장 밖에서도 실천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여성을 IOC위원으로 임명하고, 위원장 재직 한 초기에 21% 수준이었던 여성 회원 비율을 37.5%로 상향하였으며, IOC 이사회 내 여성의 수를 20%에서 현재 33.3%까지 늘렸습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는 보다 많은 여성을 IOC 위원회 구성원으로 선발해 20% 수준이었던 여성 위원 비율을 그 두 배가 넘는 47.7%까지 올렸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점하기 위한 분쟁과 싸움이 끊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스포츠가 지속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지속성은 「올림픽 아젠다 2020」의 핵심 사안으로 들어가 모든 IOC 활동의 필수 구성 요소가 되었습니다. 오늘날의 기후변화는 전례 없는 과제로서 인류에게 다가와 전례 없는 해결책과 대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스포츠를 통한 지속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IOC는 이미 탄소 중립적인 조직으로써 자리하고 있으며, 2020 도쿄 올림픽 또한 탄소 중립적인 행사로 기획되고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목표는2030년 전까지 IOC는 물론, 모든 올림픽 대회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적인 대회로 만드는 것입니다. 2030년은 국제사회가 기후변화와 관련해 개선하기로 목표한 달성 마감의 해입니다.

지속성을 모든 활동의 핵심으로 삼자는 이념의 모범으로 2019년에 신축한 IOC 본부, 올림픽 하우스를 하나의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올림픽 하우스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지속성을 자랑하는 건축물로 동일 카테고리 안에서 견줄 상대가 없는 빌딩입니다.

세계를 변화시키는 역량은 신뢰와 진실성에서 우러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의 올바른 운영은 「올림픽 아젠다 2020」의 또 다른 주요 사안으로 명시되었습니다. 모든 행위가 조사 대상이 되는 이 회의적인 세상에서 말로만 하는 주장은 더 이상 힘을 갖지 않습니다. 이제는 말하는 것을 실천해야만 그 주장에 힘이 깃듭니다. 가치 중심으로 설립된 조직으로써 우리는 올바른 조직 운영과 진실성이라는 두 기둥을 지탱해 왔습니다. 우리는 올림픽 아젠다 2020 개혁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동시에 그 모든 활동의 재정 상황을 투명하게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직 운영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첨단 관리와 리스크 매니지먼트 프로세스를 통해 모든 회계가 외부 감사를 받고 있으며, 법적으로 요구되는 수준 이상의 기준을 자체 적용하여 준수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례 결산 보고서를 발간하여 모든 이들이 IOC 자금의 사용과 흐름을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으며 최고의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조직 우수성 관리 프로그램도 도입하고 있습니다. 불성실한 태도와 부적절한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엄격한 규범을 준수하고 있으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존경받는 윤리위원회를 통한 모니터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진정성을 본인의 상징으로 삼아 눈부신 공적을 남긴 공직생활을 이어 오며 IOC 윤리위원회의 장을 맡고 게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IOC의 이러한 접근을 극찬하며 "스포츠는 평화를 향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신뢰가 있어야만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올림픽은 스포츠가 인도하는 가치와 이상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세상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의 실현 가능성을 믿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이상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하여 그 이상 자체의 가치가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그 반대라 생각합니다. 평화와 연대가 흔들리는 현재 세상에서 이런 이상과 가치와 사명을 이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화의 구축은 지속되는 노력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런 이유에서 저는 서울평화상의 수상을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여기지 않고 계속해서 올림픽의 이상을 추구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입니다. 올림픽을 통해 평화로운 인류 결속의 사명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올림픽 아젠다 2020」을 토대로 오늘날 스포츠와 세계가 직면하는 새로운 도전들을 헤쳐나갈 것입니다. 새로이 개정된 아젠다는 퇴화해 가는 정치 환경과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 사태로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정치, 사회, 경제적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이 될 것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촉발된 위기는 우리에게 많은 어려움을 안겨준 동시에 뼈저린 교훈과 함께 새로운 길로 향하는 전환의 기회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그 교훈이란 결속과 연대의 중요성이며, 이의 부재가 코로나를 직면한 사회와 사회 간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사회 내에 존재하는 공동체 간의 관계 속에서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잊어선 안 될 것입니다. 코로나 유행 사태 이후 도래할 세상에는 스포츠와 스포츠가 지향하는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할 것입니다. 우리는 올림픽의 이상을 기반으로 그 세상을 재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 명망 있는 상이 평화를 향한 IOC의 헌신과 노력에 격려를 더해주듯이 이 시상이 한국인 여러분에게도 스포츠를 통한 평화 구축의 여정을 지속해나갈 용기를 북돋아 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을 바라보는 여러분에게는 다시 한번 스포츠의 힘을 빌어 평화의 기틀을 마련할 기회가 있습니다. 이 상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우리 IOC는 여러분의 편에서 그 여정의 한 걸음 한 걸음을 함께 내딛을 것임을 약속 드립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스포츠를 통한 화합의 다리를 놓으며 평화로 향하는 문을 열 것입니다.

2020년 10월 26일
IOC 위원장 토마스 바흐